사라도령과 원강아미, 결혼하다.
옛날 어느 마을에 임정국과 짐정국이란 사람이 이웃해서 살고 있었다.
임정국은 부유하고 짐정국은 가난한데 두 집 모두 자식이 없었다.
두 사람이 걱정 끝에 명산대천을 찾아 자손을 빌기로 하는데 짐정국 집에 올릴 것이 없으니 임정국이
그 집 공양까지 함께 해주었다.
정성이 통해서 두 집 부인이 아기를 잉태하자 임정국과 짐정국은 아들 딸을 낳으면 짝을 맺어주기로 약속했다.
두 집에서 한날 한시에 아기를 낳고 보니 임정국의 아이는 딸이고 짐정국의 아이는 아들이었다.
임정국은 딸 이름을 원강아미라 하고 짐정국은 아들을 사라도령이라 했다.
사라도령, 서천꽃밭 꽃감관으로 명받다.
원강아미와 사라도령이 자라나 열다섯이 되니 혼사를 맺을 때가 되었다.
가난한 짐정국이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데 그 눈치를 챈 원강아미가 스스로 사라도령의 짝이 되겠다고
자청해 나섰다.
마침내 사라도령과 원강아미는 동네 사람들이 두루 축복해 주는 가운데 혼인을 치르고 평생의 짝이 되었다.
단꿈과도 같은 날들이 이어지던 어느 날, 사라도령은 이상한 꿈을 꾸었다.
하늘나라 사자가 나타나서는 옥황상제가 사라도령을 서천꽃밭 꽃감관으로 점지했으니 길떠날 준비를 하라
하였다.
깨어나서 꿈 얘기를 하고 보니 아내도 같은 꿈을 꾸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의아해하면서도 모른 척 날을 보내자 똑같은 꿈이 이틀 사흘 꾸어졌다.
“내일은 반드시 떠나야 하니 꼭 동구 밖으로 나오시오.”
사라도령은 더 이상 하늘의 명을 모른척할 수가 없었다.
그가 길 떠날 준비를 차리자 아내가 울면서 함께 가겠다고 매달렸다. 문제는 원강아미의 몸이었다.
아이를 가져 산달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터였다.
하지만 원강아미는 끝내 고집을 꺾지 않고 남편을 따라나섰다.
하늘나라 사자가 혀를 찼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라도령과 원강아미, 천년장자의 집에 머물다.
사자를 따라 서천꽃밭을 향하는데 길이 한량없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데다 험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끝없는 춥고 황량한 들판, 서경 너른들이었다.
사라도령도 도령이지만 홑몸이 아닌 원강아미가 겪는 고통을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남편이 부축도 해주고 업어주기도 했지만 무한정 그럴 수 없는 일이었다.
마침내 원강아미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나는 더이상 갈 만한 기력이 없으니 당신 혼자 가세요.”
“무슨 말을! 그 고생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내를 들쳐업고 길을 나섰지만 얼마를 못 가서 사라도령도 힘이 다하여 주저앉고 말았다.
날 저무는 허허벌판에서 어쩔 줄 모르고 먼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멀리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라도령이 없던 힘을 내서 원강아미를 부축하고 소리나는 곳을 찾아가 보니 높은 담장이 둘러쳐진 기와집이다.
천년장자의 집이었다.
“됐어. 이 집에서 쉬었다 갑시다.”
이때 말없이 뒤따르던 원강아미가 발길을 멈추고서 말했다.
“서방님, 들어가기 전에 청이 있습니다. 저를 이 집에 두고 가겠다고 약속하세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당신을 두고 갈 순 없어요.”
“그러다가는 우리 둘은 물론이고 뱃속의 아기까지 다 죽고 말 거예요.
제 청을 들어주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할 겁니다.”
사라도령은 버티는 아내를 겨우 어르고 달래어 기와집으로 들어갔다.
수백칸 넓이에 종이 백 명이 넘는 큰 집이었다.
사라도령이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하자 종이 나서서 말했다.
“이 집은 손님을 안 받는 집이니 다른 데로 가보시오.”
“제발 주인어른을 뵙게 해주오.”
종이 간곡한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부부를 이끌고 천년장자한테로 가니 장자가 방문을 젖히고 짜증을 내어 말했다.
“지나는 객을 들이지 말라 일렀거늘 웬 소란이냐?”
“장자님, 저는 서천꽃밭으로 가고 있는 사라도령입니다.
먼길에 지쳐 쓰러질 지경이 되었으니 임신한 아내를 봐서라도 하루만 묵어가게 해주세요.”
천년장자가 들은 척 만 척 낯을 찌푸리고 있는데 원강아미가 훌쩍 나서서 말했다.
“저를 이 댁 종으로 받아주세요. 있는 힘껏 일하겠습니다.”
그러자 천년장자가 원강아미를 유심히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인심을 쓰듯이 말을 던졌다.
“우리 집에 종이 넘쳐 쓸데가 없지만 내 특별히 사정을 봐서 청을 들어 주지.”
사라도령이 끼여들 틈도 없이 일이 그렇게 정해지는 것이었다.
잠시 후 저녁상이 나오는데 사라도령은 사랑방으로 불러 손님상을 차려주고 원강아미는 부엌 구석에
앉힌 채 식은 밥을 물에 말아서 주었다.
사라도령이 눈물을 세 번 흘리고서 천년장자에게 말했다.
“이 고을은 어떤지 몰라도 우리 고을 풍습은 부부가 이별할 때 한 상에 마주앉아 먹게 합니다.”
그렇게 해서 겨우 원강아미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잠을 자려는데 사라도령은 사랑채로 들게 하고 원강아미는
행랑채로 가라 한다.
“우리 마을 풍습은 비록 종이 되었어도 부부가 이별할 때는 한방에서 거처하게 합니다.”
그렇게 간청을 해서 사라도령은 원강아미와 함께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되었다.
“서방님, 제 걱정 마시고 맡은 소임을 다하세요. 그러나 가기 전에 아이 이름이나 지어주세요.”
“딸을 낳거든 한락데기라 하고 아들을 낳거든 한락궁이라 하지요.”
사라도령은 이별의 정표로 상동나무 얼레빗을 부러뜨려서 원강아미와 한쪽씩 나누어 가졌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정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닭이 울고 날이 밝아왔다.
사라도령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 길을 나섰다.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원강아미와 한락궁이, 천년장자에게 수난을 당하다.
그날부터 원강아미의 종살이가 시작됐다. 마음을 굳게 다져먹었지만 시련은 곧바로 시작되었다.
밤마다 천년장자가 은근히 원강아미를 찾아와서는 몸허락을 하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이 고을은 몰라도 우리 고을 풍습은 아기를 낳아야 몸허락을 하는 법입니다.”
그렇게 날이 흘러 원강아미가 아기를 낳고 보니 아들이었다.
원강아미는 사라도령 말대로 아이 이름을 한락궁이라 하였다.
아이가 태어나자 다시 천년장자가 찾아와 몸허락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아직 때가 아닙니다. 이 고을은 몰라도 우리 고을 풍습은 아이가 자라나 노래도 부르고 죽마를 타고 놀며
지게도 지고 밭도 갈게 되면 그때 가서 재가를 하게 돼있습니다.
안 그러면 부정이 타서 둘 다 죽어버리는 법입니다.”
그렇게 둘러대자 화가 난 천년장자는 원강아미에게 힘든 일을 떠맡기기 시작했다.
낮에는 물명주 다섯 동을 매고 밤에는 물명주 세 동을 짜게 했다.
그리고 한락궁이가 자라나자 그한테도 갖은 일을 시켰다.
낮에는 나무를 오십 바리씩 해오게 하고 밤에는 새끼를 오십 발씩 꼬게 했다.
하루는 천년장자가 한락궁이에게 좁쌀 한 가마를 주면서 말했다.
“뒷산에 올라가 나무를 베어 밭을 만들고 씨를 뿌려라. 오늘 안에 끝내지 못하면 큰 벌을 받을 줄 알아라.”
한락궁이가 산에 올라 이를 악물고 나무를 베다가 힘에 부쳐 주저앉아 있는데 갑자기 큰 산돼지가 나타나더니
나무를 들이받고 땅을 헤치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러고 나니 어느새 산기슭이 훌륭한 밭으로 변했다.
한락궁이는 그 밭에 좁쌀 한 가마를 알뜰히 뿌리고 돌아와서 장자한테 고했다.
“시킨 일을 다 마쳤습니다!”
“오늘은 씨 뿌릴 날이 아닌데 잘못 뿌렸으니 가서 좁쌀을 모아 와라. 한 톨이라도 빠지면 안 된다!”
한락궁이가 밭으로 올라가 보니 그 사이에 개미떼들이 좁쌀을 물어다가 한곳에 모아둔 뒤였다.
한락궁이가 좁쌀을 거두어서 돌아오니 장자가 일일이 세어보고는 한 알이 모자란다며 찾아오라고 호통을 쳤다.
한락궁이가 썩 돌아서서 대문 밖을 나서는데 왕개미 한 마리가 좁쌀을 물고 있다.
한락궁이가 그 좁쌀을 갖다가 천년장자에게 바치니 장자가 더는 말을 하지 못했다.
한락궁이, 아버지를 찾아 떠나다.
어느 새 한락궁이 나이 열 살이 넘어가자 천년장자는 한락궁이에게 소를 몰아 밭을 가는 일을 시켰다.
한락궁이가 이를 악물고 그 일을 해내자 천년장자가 뜻 있는 웃음을 짓고는 원강아미를 찾아가 말했다.
“네 아들이 커서 소를 몰아 밭을 가니 약속대로 몸 허락을 해라.”
그렇게 자꾸만 겁박을 하니 점점 피할 도리가 없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한락궁이가 소 오십 마리를 몰고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가는데 웬 낯선 노인들이 바둑을 두고
있다가 한락궁이한테 말했다.
“얘야, 왜 아버지를 찾지 않느냐? 오늘 흰 사슴을 만날 터이니 그걸 타고 아버지를 찾아가거라.”
한락궁이가 나무 오십 바리를 해서 짊어지고 오는데 과연 골짜기에서 하얀 사슴이 물을 먹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한락궁이는 사슴을 잡아와 숨겨두고서 어머니를 찾아가 말했다.
“어머니, 우리 아버지는 어디 계십니까?”
뜻밖의 물음에 원강아미가 흠칫 놀라는 듯하더니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몰랐더냐? 천년장자가 네 아버지시다.”
한락궁이는 말없이 물러나더니 어디선가 콩 한 되를 가져와서 볶아 달라고 했다.
원강아미가 불에 콩을 올려놓고서 저으려 하는데 콩을 젓는 죽젓광이가 보이지를 않는다.
할 수 없이 손가락으로 콩을 저으려 하는데 한락궁이가 눈을 부릅뜨고 어머니 손을 질끈 누르면서 말했다.
“어머니, 바로 말씀해 주세요. 우리 아버지는 어디 계십니까?”
“오냐, 말해 주마. 이 손을 놓거라.”
한락궁이가 손을 놓자 어머니가 눈물을 삼키면서 품속에서 상동나무 얼레빗 반쪽을 꺼내어 내밀었다.
“너희 아버지가 남기신 증표다. 그분은 지금 서천꽃밭에 꽃감관으로 가 계신다.”
“아버지를 만나러 가겠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결심임을 더 잘 아는 어머니다.
한락궁이는 원강아미한테 메밀가루 닷 되에 소금 닷 되를 섞어서 메밀범벅을 만들게 하였다.
그 범벅을 품에 간직한 채 한락궁이는 남 몰래 집을 나섰다. 신비로운 흰 사슴에 올라탄 채로.
“어머니, 꼭 돌아오겠습니다. 평안하십시오.”
“내 일일랑 걱정 말거라.”
하지만 이미 다른 결심이 서있는 어머니다. 이 일을 어쩔까.
한락궁이는 그렇게 길을 떠났다.
천년장자, 한락궁이를 뒤쫓다가 실패하자 원강아미를 죽이다.
한락궁이가 집을 떠난 사실을 안 천년장자는 분노했다.
그는 즉시 천리동이 개와 만리동이 개를 시켜 한락궁이를 잡아오게 했다.
하루에 천리를 개고 만리를 가는 무서운 개였다.
천리동이 개가 천리를 훌쩍 달려 한락궁이한테 다다르니 흰 사슴을 타고 가던 한락궁이가 메밀범벅을
던져주었다.
떡을 받아먹은 천리동이 개가 어찌나 짰던지 천리 밖으로 물을 마시러 가는 사이에 한락궁이는 천리 밖으로
멀리 달아났다.
다음은 만리동이 개. 만리동이 개가 만리를 훌쩍 달려 한락궁이 코밑에 다다르니 한락궁이가 다시 메밀범벅을
던져주었다.
떡을 먹은 개가 어찌나 짰던지 만리 밖으로 물을 마시러 가는 사이에 한락궁이는 만리 밖으로 멀리멀리 달아났다.
한락궁이를 놓쳐 버린 천년장자는 불같이 화가 나서 거세게 원강아미를 핍박했다.
하지만 이미 결심이 선 원강아미였다.
천년장자가 형틀에 올려놓고 갖은 고문을 다했지만 원강아미는 끝내 절개를 꺾지 않았다.
천년장자는 두 번 세 번 거듭 다짐을 받고는 원강아미의 머리를 뎅겅 자르고 사지를 뚝뚝 갈라 청대밭에 버려서
까마귀의 밥이 되게 했다.
한락궁이, 삼색물을 건너다.
그때 한락궁이가 길을 가는데 뽀얀 강물이 있어 무릎까지 물이 찼다.
그 물을 건너서 가다 보니 다시 노란 물이 나오는데 허리까지 물이 찼다.
그 물을 건너자 빨간 물이 나타나는데 목까지 물이 찼다.
한락궁이는 이를 악문 채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물살을 헤쳐 나아갔다.
한락궁이, 서천꽃밭에서 아버지와 상봉하다.
물을 건너 살펴보니 낯선 땅이었다.
하늘도 땅도 나무도 풀도 예사롭지가 않았다. 그때 어디선가 어린아이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한락궁이는 얼른 연못가 청버드나무 위로 기어올라갔다.
서천꽃밭 동자들이 꽃밭에 물을 주기 위해 여울에 물을 뜨러 나오는 길이었다.
동자들이 막 물을 뜨려는데 한락궁이가 가운데 손가락을 입으로 깨물어 붉은 피 세 방울을 여울에 떨어뜨렸다.
동자들이 그 물을 떠다가 꽃에 물을 주자 꽃들이 시들기 시작했다.
놀란 꽃감관이 연유를 알아보니 웬 총각이 버드나무에 앉아 요술을 부린다는 것이었다.
꽃감관이 청버드나무 밑으로 왔다.
“귀신이냐 생인(生人)이냐? 너는 어찌 거기 앉아있느냐?”
한락궁이가 나무에서 내려와서 말했다.
“귀신이 아니라 생인입니다.
천년장자 집에서 학대를 받다가 꽃감관 아버지를 찾아 만리 길을 달려온 한락궁이입니다.”
“어머니는 누구냐?”
“어머니는 원강아미입니다.”
“증표를 가지고 있느냐?”
한락궁이는 품속에서 상동나무 얼레빗을 꺼내 내밀었다.
꽃감관이 또한 얼레빗을 한 짝을 꺼내어 서로 맞추어 보니 어김없이 들어맞아 하나가 되었다.
“아들아. 내가 바로 너의 아비다.”
“무릎에 한번 앉아보지도 못했는데 어찌 아버지라 하겠습니까?”
꽃감관 사라도령은 한락궁이를 자기 무릎 위에 앉히고서 물었다.
“아들아, 오는 길에 세 번 물을 건너지 않았더냐?”
“무릎까지 차는 뽀얀 물을 건너고 허리까지 차는 노란 물을 건너고 목까지 차는 빨간 물을 건넜습니다.”
“그 물은 예삿물이 아니다.
네 어머니가 천년장자 앞에서 세 번이나 죽음을 다짐받으며 쏟은 눈물이 서린 물이다.
지금 네 어머니가 죽어 청대밭에 누워 계시니 가서 구하도록 해라.”
사라도령은 한락궁이를 이끌고 꽃밭으로 가서 가지각색의 꽃을 보여주었다.
꽃밭에는 신기한 꽃들이 가득했다.
사라도령은 아들에게 뼈오를꽃과 살오를꽃, 피오를꽃, 숨트일꽃을 꺾어 주고, 울음꽃과 웃음꽃, 선심꽃과
수레멸망악심꽃을 또 꺾어 주고, 때죽나무 회초리도 만들어 주었다.
서천꽃밭 각색 꽃을 받아든 한락궁이는 아버지를 하직하고 길을 나서 인간세상 천년장자 집으로 향했다.
한락궁이, 멸망꽃으로 천년장자를 징치하다.
이윽고 한락궁이가 천년장자 집에 다다르자 깜짝 놀란 장자가 노발대발 화를 내어 말했다.
“감히 허락도 없이 집을 나가 이제야 돌아왔단 말이냐?”
“우리 어머니를 만나게 해주오. 어머니는 어디 계십니까?”
“네 어미는 상전을 거역한 죄로 까마귀밥이 된 지 오래다. 이제 네 차례다. 죽는 걸 서러워 마라.”
장자가 하인을 시켜 형틀을 대령하려는데 한락궁이가 말했다.
“장자님 내 말씀을 들어보오. 내가 서천꽃밭에 가서 신기한 꽃들을 얻어왔습니다.
한번 보면 백년 살고 두번 보면 천년 사는 꽃이지요. 한번 보지 않으렵니까?”
천년장자가 반신반의하면서 꽃을 꺼내보라고 하자 한락궁이는 장자의 가족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다음
꽃을 하나씩 내보이기 시작했다.
한락궁이가 먼저 웃음꽃을 꺼내 보이자 천년장자와 가족들이 배를 움켜쥐고 대굴대굴 구르며 웃기 시작했다.
한락궁이가 울음꽃을 꺼내 보이자 천년장자와 가족들이 땅을 치면서 통곡하기 시작했다.
한락궁이가 수레멸망악심꽃을 꺼내보이자 천년장자와 가족들이 눈에 살기가 돌면서 미친 듯이 싸우기 시작했다.
결국 천년장자와 그 가족은 그렇게 싸우다가 그 자리에 쓰러져서 죽고 말았다.
한락궁이, 환생꽃으로 원강아미를 살리다.
그렇게 원수를 갚은 한락궁이는 청대밭으로 향했다.
어머니 시신이 뼈만 앙상하게 흩어져 있는데 원한이 사무쳐서인지 이마에 동백나무가 자라 있고 가슴께는
오동나무가 서 있었다.
한락궁이는 한참을 통곡하다 서천꽃밭 꽃을 꺼내 어머니 시신에 뿌리기 시작했다.
뼈오를 꽃을 뿌리니 뼈들이 절그럭거리며 서로 맞붙었다.
살오를꽃을 뿌리니 살이 뽀얗게 피어올랐다.
피오를꽃을 뿌리니 몸에 발그레 피가 돌았다. 숨트일꽃을 뿌리니 맥박이 둥둥 뛰기 시작했다.
때죽나무 회초리로 몸을 세 번 때리니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설운 아기야, 내가 봄 잠을 많이 잤나보다.”
“어머니 몸에 동백나무와 오동나무가 자랐으니 웬일입니까?”
“내 원한이 사무쳐서 그랬구나.
앞으로 동백나무에 열매가 맺거든 기름을 짜서 여인들 머리에 바르게 하고 오동나무는 어머니를 잃은
아들의 상장(喪杖)을 만들게 하자꾸나.”
한락궁이, 서천꽃밭의 꽃감관이 되다.
한락궁이는 원강아미와 함께 다시 서천꽃밭으로 향했다.
원강아미가 아들을 따라 서천꽃밭에 도착해 사라도령을 만나니 서로 헤어진 지 십여년 만의 만남이었다.
쌓인 한으로 치자면 어찌 그뿐일까마는.
그 후 한락궁이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꽃감관이 되어 서천꽃밭을 다스리게 되었다.
사람들이 이공(二公)으로 섬기는 신이다.
이 일이 있은 뒤로부터 이 세상에는 아버지 살던 곳에 아들이 사는 법이 생겨나서 대대손손 이어나가게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서천꽃밭 한락궁이(이공본풀이) (문화원형백과 새롭게 펼쳐지는 신화의 나라, 2004., 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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