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翰林) 정백창(鄭百昌)이 약관의 나이에 산의 절에서 독서를 하고 있었다.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여 늘 불상의 뒤에 가서 책을 읽었다. 불상을 모신 상 아래에는 창은 없고 텅 빈 구멍만 하나 있어서 그곳에 불가에서 쓰는 몇몇 물건을 넣어 두고 있었다. 한밤중에 한 커다란 물건이 갑자기 나와서 상 앞에 엎드리는데 악취가 코를 찔렀다. 정백창이 자세히 살펴보니 눈은 튀어나오고 코는 납작하였으며 입은 찢어지고 귀는 축 처져 있었다. 머리칼은 삐죽삐죽 솟아올랐는데 마치 두 날개인양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는데 푸르면서도 붉은 것이 특별한 모양이 없어서 어떤 물건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정백창은 괴이한 귀신인 것을 알았지만 태연히 있으며 전혀 놀라지 않은 채 계속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산통을 열어 산가지를 늘어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