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의 난동 외/링크와 글 102

정백창이 본 악취 귀신

한림(翰林) 정백창(鄭百昌)이 약관의 나이에 산의 절에서 독서를 하고 있었다.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여 늘 불상의 뒤에 가서 책을 읽었다. 불상을 모신 상 아래에는 창은 없고 텅 빈 구멍만 하나 있어서 그곳에 불가에서 쓰는 몇몇 물건을 넣어 두고 있었다. 한밤중에 한 커다란 물건이 갑자기 나와서 상 앞에 엎드리는데 악취가 코를 찔렀다. 정백창이 자세히 살펴보니 눈은 튀어나오고 코는 납작하였으며 입은 찢어지고 귀는 축 처져 있었다. 머리칼은 삐죽삐죽 솟아올랐는데 마치 두 날개인양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는데 푸르면서도 붉은 것이 특별한 모양이 없어서 어떤 물건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정백창은 괴이한 귀신인 것을 알았지만 태연히 있으며 전혀 놀라지 않은 채 계속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산통을 열어 산가지를 늘어놓..

승정원 귀신

임금의 임시 거처로 사용되는 경운궁(慶運宮-지금의 덕수궁)의 승정원(承政院)은 전쟁이 나기 전 평상시에는 정릉동 한 종실(宗室)의 집이었다. 평소 이 곳에 귀신이 많다고 알려져 있었다. 종실 사람이 말을 잃어버린 후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했었다. 누각 위에서 말울음 소리가 나서 살펴보았더니 착고는 전처럼 채워져 있는데 말은 그 속에 있기도 했다. 승정원으로 사용될 때에는 그곳에서 숙직하는 관리들이 자주 꿈에 귀매(鬼魅)를 보았다. 어떤 승지가 숙직하고 있었다. 이 때는 여름이라 밤에 사방 문을 열어 두고 있었다. 다른 벼슬아치들은 모두 창 아래에서 잠을 자는데 승지만 홀로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신장이 8-9척 되는 어떤 귀신이 창밖에 우뚝 서 있었다. 또 한 작은 귀신이 그 큰 귀신의 왼쪽에 섰..

시르릉 새 깃털

옛날 옛날에 어떤 사람이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이놈이 커가면서 하라는 글공부는 안 하고 밤낮 활만 쏘았다. 서너 살 먹어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활을 쏘던 것이 스무 살이 되도록 그 짓만 했다. 배운 거라고는 활 쏘는 것밖에 없어 아버지가 보다 못해 역정을 내며 “너 먹여살리는 것도 이제 지겨우니 당장 나가거라. 나가서 정승 사위나 되기 전에는 집에 올 생각도 말아라” 하고 아들을 내쫓았다. 그런데 이놈은 그 말을 곧이듣고 정승사위가 되기 위해 길을 떠났다. 한참 가다보니 산길에서 난생 처음 보는 새 한 마리가 포르르 날아가는데 그 우는 소리가 “시르릉 시르릉”했다. 활을 쏘아서 시르릉 새를 한 마리 잡아 배고프던 참이라 새를 구워먹고 길을 가는데, 아 한걸음 뗄 때마다 제 몸에서 “시르릉 시르릉”하고 소..

창귀와 매실

옛날 신천(信川) 사람이 거위 200여 마리를 길렀는데, 호랑이가 와서 잡아먹는 것을 막을 수가 없어서 호랑이가 오는 길에 함정을 설치해 놓았더니, 호랑이가 함정에 빠지지도 않고 다시 나타나지도 않았다. 하루는 어떤 노인이 와서, 왜 호랑이를 잡지 않느냐고 묻기에, 함정을 설치했는데도 호랑이가 빠지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에 노인은, “그것은 창귀가 미리 알고 호랑이에게 지시해서 그러니, 먼저 창귀부터 제압해야 호랑이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이 말하기를, 창귀는 신맛을 좋아하니, 매실을 호랑이 다니는 길에 뿌려 두면 창귀가 이것을 주워 먹고 취해 사물을 보지 못하니, 호랑이를 잡을 수 있다고 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래서 그날 밤에 매실을 흩어 놓으니, 밤중에 호랑이가 함정에 빠져 있었다. ..

사슴발 여인과 중국 장수가 된 아들들

고구려에 사슴발 모양을 한 여인이 있었다. 그 여인이 한꺼번에 여러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아들들의 발도 모두 사슴발 모양이었다. 어느 날 길 가던 어떤 사람이 그 아이들을 보더니 그 어미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들이 오래 살려면 멀리 떠나보내야만 하오." 사슴발 여인은 아이들이 일찍 죽는다는 바람에 큰 나무통에 아이들을 넣어 대동강에 띄워 보냈다. 그 나무통은 서해로 떠내려가 바다를 건너 중국 동해안에 닿았다. 아이들은 거기에서 자라서 모두 장수가 되어 수황(隨皇) 양제(煬帝)가 고구려를 침범할 때 함께 출전했다. 고구려에서는 적장 가운데 사슴발을 가진 형제 장수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슴발 여인은 그들이 자신의 아들이란 사실을 직감하고 을지문덕 장군에게 찾아가 자신이 적진에 들어가 아들들을 타..

엄지동자 주먹이

옛날 옛적에 산골에 사는 부부가 늙도록 아이를 못 낳았다. 우리 내외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환갑이 다 되도록 아이 하나를 못 얻었냐고 부처님께 빌어나 보자고 뒷산 절에 가서 밤낮으로 빌었다. 그랬더니 정말로 사내아이 하나를 낳았다. 그런데 이 아이가 날 때부터 주먹만 하더니 나이가 들어도 크지 않고 늘 주먹만 했다. 그래서 ‘주먹이’라고 불렀다. 아버지 어머니는 주먹이가 여간 귀엽지 않아, 쥐면 다칠세라 불면 날아갈세라 고이고이 키웠다. 집에서는 손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보고, 어디 갈 때면 주머니 속에 넣어가지고 갔다. 하루는 아버지가 강가에 낚시를 하러 갔는데 주먹이는 주머니 속이 갑갑하여 아버지 몰래 살짝 빠져 나왔다. 나와 보니 세상이 참 넓었다. 강물이 바다 같고 풀들이 높은 나무 같고 그..

돈 귀신을 물리친 장사

옛날에 큰 기와집이 있었는데 이 기와집에 이사와 사는 사람들은 일 년을 못 넘기고 죽게 되었다. 자꾸 이사 온 지 일 년만 넘으면 이사 온 사람이 죽어나가니 이 집에서는 아무도 살지 않게 되었는데 어떤 힘이 장사인 사람이 자신이 살아 보겠다고 하였다. 장사는 그 집에 들어가서 화로에 불을 담아 방 한가운데에 두고 인두를 달구었다. 그리고 불을 켜놓고 앉았다. 준비를 마친 장사가 무엇이 일 년에 한 번씩 사람들을 해코지 하는 것인지 생각하고 있는데 한밤중이 되자 한 놈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장사는 저놈이 그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그 놈이 장사 근처로 오자 달구어 둔 인두를 갖다 지졌다. 그러자 놀라 휙 하며 나가버렸다. 장사는 또 있을 것이라고 행각 하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천장에서 우두둑 ..

꼭두각시와 목도령

옛날에 꼭두각시라는 처녀가 살았는데 마음씨는 착해도 생김새가 볼품없었다. 몸집은 절구통에다 머리는 장구처럼 모가 나고 얼굴은 퉁방울눈에 게딱지코에 주걱턱이었다. 그러니 보는 사람마다 웃거나 혀를 찼다. 꼭두각시는 홀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는데 집안 살림이 지지리도 가난하여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래서 나이 서른이 넘도록 시집을 못 갔다. 그런데 하루는 고개 너머 산 너머 먼 산골에서 웬 사람이 찾아왔다. 그 산골에 목도령이라는 총각이 있는데 꼭두각시에게 장가를 들면 좋겠다고 말을 전했다. 꼭두각시네 아버지는 얼른 그러자고 혼인날만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목도령네 집에서는 해가 두 번 바뀌어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 사이에 꼭두각시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꼭두각시는 혼자 목도령을 찾아 길을 떠..

오가리살 - 도깨비의 보은

옛날 옛적에 충청북도 보은땅에 오씨 성을 가진 한 총각이 살았다. 하루는 장에 나갔다가 밤늦게 혼자 집에 가던 중 마을 서낭당 당집을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당집 안에서 두런두런 소리가 들리길래 무서운 마음에 일부러 ‘에헴 에헴’하고 소리를 내며 걸었다. 그러자 두런거리던 소리가 딱 그쳤다. 총각은 당집 앞으로 다가가 당집문을 활짝 열었다. 방안엔 조그만 방망이가 하나 놓여있다. 총각은 ‘이게 도깨비 방망이구나!’ 하고 집으로 가지고 왔다. 그러던 어느날, 한밤중에 누군가 찾아왔는데, 모습을 보아하니 도깨비가 분명했다. 이 도깨비는 총각에게 서낭당에서 잃어버린 방망이를 혹시 가지고 있다면 돌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총각은 쓸모도 없는 도깨비방망이를 선선히 도깨비에게 건네줬다. 그러자 도깨비는 이 은혜를 꼭..

샛별머슴

옛날에 글 읽는 선비가 한사람 살았는데, 벼슬도 못하고 글만 읽다 보니 형편이 말이 아니었다. 조상대대로 벼슬 없는 선비로 살아와서 물려받은 재산도 없었다. 이 사람이 어린 아들 셋을 두었는데 한해는 먹을 것이 없어서 아들 삼형제가 아무 것도 못 먹고 몇 날 몇 일을 쫄쫄 굶게 되었다. 마침 가을이라 집집마다 가을걷이 채비를 할 때여서 보다 못한 아내가 남편더러 논에 있는 벼 이삭이라도 좀 잘라다 먹이자고 했다. 남편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어찌 남이 애써 농사지은 곡식에 손을 댄단 말이오”하자 아내는 “그까짓 벼이삭 몇 개 자른다고 표가 나겠소 고집 부리지 말고 오늘밤에 나가서 몇 개 잘라 오시오.”라고 부탁했다. 선비는 할 수 없이 밤이 되기를 기다려 남의 논에 가서 벼이삭을 자르려고 하는데 자꾸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