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화/멩감, 명감, 사만이 본풀이

황천혼시

실풀이 2022. 4. 7. 01:08

<황천혼시> 무가는 손진태가 1926년 3월 함경남도 함흥군 운전면 궁서리의 본궁()에 사는 김쌍돌이(당시 71세)가 구송한 무가를 채록하여 『조선신가유편()』에 수록한 것이다. 내용은 송님동이, 이동이, 사마동이 삼형제가 백골을 잘 모신 덕으로 저승사자가 찾아올 것을 미리 알고 잘 대접하여 저승길을 면했다는 이야기이다.

송님동이, 이동이, 사마동이 세 형제는 아버지가 있을 때 재산이 넉넉하여 잘 지냈으나 아버지 사후에는 겨우 밥이나 먹을 정도로 가난하였다. 하루는 칠석날이니 논밭 구경을 가자는 사마동이의 말에 따라 삼형제가 논밭 구경을 나갔다. 사방의 곡식이 모두 이삭이 좋고 잘 패어 삼형제는 각종 이삭을 잘라 가지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냥 먹지 않고 지신님, 산신령님, 조왕님께 제를 지낸 후에 농사를 시작하자는 사마동이의 말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송님동이는 쟁기질하고 이동이는 재를 뿌리고 사마동이는 씨를 뿌리면서 절반쯤 갈아 올라가니 흙속에서 백골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삼형제가 속적삼을 벗어 백골을 모셔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방문 앞에 모셔두고 아침, 점심, 저녁마다 음식을 올리다 보니 세간이 바닥나게 되었다.

이렇게 5, 6년을 지내던 가운데 어느 날 밤에 백골이 눈물을 흘리며 우는 것이었다. 삼형제가 잠에서 깨어나 옷을 차려입고 극진히 세 번 절을 올린 뒤 물었다. “백골님. 어찌하여 이렇게 눈물을 흘리십니까? 저희가 아무 죄도 안 지었는데 말씀입니다.” “나는 너희를 만나서 호강을 잘하였다. 그런데 사흘 있으면 염라대왕이 와서 너희 삼형제를 잡아간단다.” “백골님 여태까지 저희가 수많은 세간을 바쳤으니 무슨 피할 길을 마련해 주십시오.” 백골은 검은 소를 잡아 서른 세 쟁반에 담은 다음 긍왕산 다리 위에 많은 음식과 함께 차려 놓고 다리 아래에 들어가 숨으라고 했다. 그러면 삼형제를 잡으러 온 저승사자들이 시장한 김에 그것을 먹고 나서 돌아앉아 신발을 신을 테니 그때 앞에 가서 세 번 절을 올리고 살려 달라고 빌라고 하였다.

이윽고 저승사자 셋이 출발하여 긍왕산 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저승사자 가운데 하나가 너무 시장하여 어린아이가 먹던 밥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자 뒤에 있는 사자가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말라면서 인간을 하나도 아닌 셋이나 붙잡으러 가니 서둘러 바삐 가자고 한다. 저승사자들은 다리를 거의 다 건너왔을 때야 비로소 가득히 차려 놓은 음식을 발견했다.

그것을 본 사자들은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고 하는데 이 음식을 먹으면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걱정은 되지만 음식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셋이 앉아서 다 먹어치웠다. 그때 삼형제가 다리 아래에서 나와 사자들에게 수없이 절을 올리고 각기 신분을 밝혔다. “너희의 음식을 우리가 먹었으니 어찌 그냥 갈 수 있겠느냐. 송님동이는 누런 황소를 급히 끌어오고, 이동이는 기름종이로 만든 비옷 한 벌을 내오고, 사마동이는 놋항아리를 내오너라.” 저승사자들이 황소와 비옷과 놋항아리를 가지고 염라국의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염라대왕은 “송님동이를 왜 못 잡아왔느냐?”고 물었다. “방방곡곡을 찾아다녔으나 송님동이란 이름은 없었습니다. 다만 그 고을에 누런 황소가 있기에 고삐를 풀어 가지고 왔습니다.” 염라대왕이 이동이도 없더냐고 하자 저승사자는 “없기에 그 고을에 있는 비옷을 벗겨 가지고 왔습니다”라고 했다. 염라대왕이 사마동이도 없더냐고 하니 “방방곡곡을 다 다녀도 사마동이란 이름이 없어서 그 고을에 있는 놋항아리를 들고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삼형제는 죽음을 면하고 여든 한 살까지 살았고, 죽은 뒤에는 아이가 아플 때 황천혼시 제()를 받는 성인()신이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황천혼시 (한국민속신앙사전: 무속신앙 편, 2010.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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