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본풀이/허웅애기

허웅애기 본풀이

실풀이 2022. 4. 23. 11:13

정의

제주도 지역에서 불리는 서사무가로 사람이 이승과 저승을 왕래할 수 없게 된 내력을 밝히는 특수본풀이. 특수본풀이는 제주도 무가가 일반신본풀이, 당신본풀이, 조상신본풀이로 나뉘는 것과 별도로 일부 심방에 의한 구연과 자료집을 통해 확인되는 제주도 무가의 한 형태이다. 특수본풀이에 속하는 무가는 <세민황제본풀이>, <동방세기본풀이>, <원천강본풀이>, <허웅애기본풀이>, <영감본풀이>, <삼두구미본풀이>, <십이대왕본풀이> 등 모두 12개가 있다.

이들 무가는 신격이 불명확하고 제의나 제차와의 상관성이 희박한 관계로 제주도굿에서 거의 구연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세민황제본풀이>, <동방세기본풀이>, <원천강본풀이>, <허웅애기본풀이> 등은 서사적 내용의 분석 및 현지조사를 통해 본 결과 큰굿의 시왕맞이 제차의 <차사본풀이> 연장선상에서 불리거나 심방 개인의 신굿 등에서 구연되던 본풀이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용

허궁애기본풀이라고도 불리는 <허웅애기본풀이>는 현재까지 총 6개의 각 편이 채록되어 있다. 각 편의 제목, 구연자(채록지역), 채록시기, 채록자, 수록지 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허웅애기본풀이

허웅애기본풀이구분제목구연자 정보채록자채록시기수록지
허웅아기 이오생 심방(서귀포시 서귀동) 진성기 1955~56년 진성기, 『탐라의 신화』, 평범사, 1980
허궁애기본 강을생 심방(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진성기 1964년 진성기, 『제주도 무가본풀이』, 민속원, 1991
허웅아기 이방아(제주시) 임석재 1964년 임석재, 『한국구전설화-제주도』, 평민사, 1992
허웅아기 윤추월(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 현용준 1981년 현용준ㆍ현길언, 『한국구비문학대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3
허웅애기 부의함(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 김태곤 외 1992년 『백록어문』 제10집,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국어교육학회, 1994
허궁애기본풀 오인숙 심방(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김헌선 2002년 강권용, 『제주도 특수본풀이연구』, 경기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2

<허웅애기본풀이>는 무가 또는 민담 형태로 제주도 전역에서 고루 전승되고 있다. 현재 채록된 6개의 각 편 가운데 3개는 심방들에 의해 구연된 것이고 나머지 3개는 일반인에 의해 설화 형태로 구연되었다. 주인공의 이름이 이 본풀이의 제목이 되고 있으며, 총 6개의 각 편 가운데 5개의 자료가 주인공을 ‘허웅애기(아기)’라고 하고 있어 마땅히 허웅애기로 명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허웅애기본풀이>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줄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자식을 여럿 낳아 기르고 있던 허웅애기라는 여인이 저승왕의 부름을 받아 저승에 갔다. 그러나 아이들 걱정에 눈물을 흘리자 이를 딱하게 여긴 저승왕이 밤이 되면 이승에 가서 아이들을 돌보고 아침이 되면 저승으로 돌아올 것을 허락한다. 허웅애기는 밤마다 이승으로 와서 아이들을 돌봐준다.

한편 어머니가 없는 아이들의 깔끔한 모습에 의문을 품은 이웃집 할머니가 아이들로부터 허웅애기가 밤마다 온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웃집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허웅애기가 저승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해주겠다며 어머니가 오면 기별해 달라고 하면서 자신의 발과 아이들의 발에 실을 묶어 놓는다. 이웃집 할머니는 허웅애기가 왔다는 아이들의 신호를 받고 찾아와 허웅애기를 저승에 가지 못하도록 숨겨 주었지만 결국 저승사자가 허웅애기의 혼을 데려가게 되었다. 이때부터 이승과 저승의 세계가 나뉘어 사람의 왕래가 불가능해졌다고 한다.

한편 6개의 각 편 가운데 진성기가 채록한 <허웅애기본풀이>는 이러한 줄거리를 공유하면서도 전반부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허웅애기에 해당하는 인물이 콩대기로 설정되어 있으며, 콩대기가 계모인 허궁애기와 그녀의 소생인 팟대기 사이에서 ‘콩쥐팥쥐’ 설화형 갈등을 겪는 것이 첨부되어 있다.

 

특징

<허웅애기본풀이>는 애초 사람이 이승과 저승을 왕래할 수 있는 존재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원시신화적이다. 이와 관련해 허웅애기가 처음 저승에 가게 되는 이유, 허웅애기가 이승과 저승을 왕래하는 것을 막은 이웃집 할머니의 존재, 허웅애기가 살고 있는 작품 속의 시간성, 허웅애기가 이승과 저승을 오가지 못하는 이유 등에 의문이 생긴다.

허웅애기가 저승에 가게 되는 이유를 각 편의 내용에서 살펴보면 ‘살림 솜씨가 뛰어나서’(가) 또는 ‘얼굴과 소리와 춤이 뛰어나서’(마) 이 소문이 저승에까지 들려 불려가게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이본에서는 허웅애기가 무명짜기를 잘했는데 저승에 가서도 무명짜기를 하고 있었다(다, 라)고 했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 허웅애기는 남들보다 뛰어난 장기가 있었고, 이로 인해 젊은 나이에 일찍 저승에 불려가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제주도 서사무가인 <차사본풀이>에서 이승에 사는 강님이가 뛰어난 용기와 지혜로 결국 저승차사가 되어 불려간다는 내용과도 상통한다.

한편 허웅애기가 저승왕의 허락을 받아 밤이면 이승으로 돌아와 자신의 아이들을 돌볼 수 있었는데 이를 이웃집 할머니에게 들키게 되었고, 이웃집 할머니의 만류로 허웅애기는 아침이면 저승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약속을 어기게 된다. 여기에서의 이웃집 할머니는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는 혹은 이승과 저승을 구분하는 세속적 관념을 지닌 인간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본풀이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특징으로는 저승차사가 저승으로 돌아오지 않은 허웅애기를 잡아가는 대목이다. 이웃집 할머니는 허웅애기를 집안 깊숙이 숨겨서 문을 잠그고 올래에 가시나무를 쌓아 저승차사의 접근을 막지만 저승차사는 지붕 상가마로 올라가 허웅아기의 머리카락 세 개를 뽑아 그 혼을 저승으로 데려간다.

일부 자료에서는 이 과정에서 저승차사가 지상의 사람들에게 허웅애기의 육체를 갖겠느냐 혼을 갖겠느냐고 묻고, 혼이 무엇인지 모르는 인간들은 육체를 갖겠다고 하여 허웅애기의 혼만 빼가서 결국 죽은 육체가 남게 되었다고도 한다. 이는 인간이 죽으면 혼은 사라지고 육체는 그대로 있는 현상에 대한 원인을 설명하는 기능도 지닌다.

이러한 결말에서 강조되는 것은 두 가지이다. 허웅애기 때문에 이승과 저승이 갈라지게 되었다는 것(가, 나, 라, 바)과 허웅애기로 인해 저승의 소문이 이승에 날까봐 귀신 및 생인()의 소통을 금지시키고 돌이나 나무가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는 결말이다(다, 라, 마).

이러한 결말을 통해 <허웅애기본풀이>가 이승과 저승이 갈라지기 이전인 사람이 귀신과 말을 하고 돌도 나무도 말을 할 수 있었던 신화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허웅애기의 실수로 인해 오늘날과 같이 저승과 이승이 구분되고 짐승과 사물들이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기원을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허웅애기본풀이>에서 또 하나 주목할 사항은 이방아, 윤추월이 구연한 자료에서 보이는 일월조정(調) 화소이다. 두 자료에서는 허웅애기가 살던 시대에 해와 달이 두 개씩 있어 인간이 너무 덥고 너무 추워서 죽을 지경이었다는 <천지왕본풀이>의 일월조정 화소가 동일하게 발견된다. 이는 <허웅애기본풀이>의 역사가 결코 짧지 않다는 증거로, 허웅애기의 죽음으로 인해 이승과 저승이 구분된 시기가 해와 달이 하나씩 남게 되는 천지창조 시기와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의의

<허웅애기본풀이>는 옛날에 인간이 저승과 이승을 오갈 수 있었다는 발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죽음에 대한 원시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자료이다. 이처럼 인간이 저승과 이승을 오갈 수 있다는 사고는 멀리로는 『삼국유사』의 <표훈대덕>에서부터 지금의 제주도 서사무가인 <차사본풀이>, 육지의 서사무가인 <바리데기>, 함경도 망묵굿에서 구연되는 <도랑선비 청정각시>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허웅애기본풀이>는 여성의 저승 여행이라는 점에서 <바리데기>와 함께 주목된다. 바리공주와 허웅애기는 나약한 여성이라는 점에서는 평범 이하의 존재이지만 각각 ‘효()’와 ‘모정()’이라는 덕목을 현현함으로써 이승과 저승을 오갈 수 있는 비범한 존재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허웅애기본풀이>는 위대한 모정으로 이승과 저승 사이의 험난한 경계를 넘을 수 있다는 진실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 정도의 숭고한 모정으로도 끝내 삶과 죽음의 세계를 넘어설 수 없는 인간의 현실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허웅애기본풀이 (한국민속신앙사전: 무속신앙 편, 2010. 11. 11.)

 

 

 

 

 죽으면 못 돌아오게 된 유래

요약본

명주를 짜는 여인이 저승을 갔다. 그런데 이승에 두고 온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저승에서 짠 명주에 얼룩이 졌다. 저승왕은 여인에게 저녁이면 이승에 갔다가 날이 새기 전에 돌아오라고 했다. 여인은 밤마다 아이들에게 갔다가 돌아왔다. 이 사실을 안 시어머니가 여인에게 저승으로 돌아가지 말라며 항아리 안에 가두었다. 저승에서는 여인이 안 돌아오자 저승에서 여인을 잡으러 왔다. 여인을 잡아간 후 이승과 저승의 사람들은 서로 오고가지 못하게 했다.

해설

이 설화는 제주도 신화 "허궁애기(혹은 허웅애기)본풀이"와 내용이 유사하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이승과 저승을 오갈 수 있었는데 시어머니 때문에 이승과 저승이 갈라졌다고 한다. 고부간의 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허궁애기가 베를 짠다는 모티프와 죽음의 유래가 된 이야기로 신화적 성격이 강한 자료이다.
특히 까마귀가 심부름을 잘 못한 바람에 사람들이 순서 없이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차사본풀이"에서 나온 이야기다. 이와 동일한 이야기가 시베리아와 몽고 등 알타이족들의 신화로 전해진다. 그러므로 우리 신화에 관한 정확한 연구를 위해서는 알타이족 신화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가 또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장면별 이야기

장면 1
지금으로부터 몇 천만 년 전 아주 오랜 옛날에 명주를 짜면서 살던 어떤 아기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서 저승에 갔는데, 거기서도 명주 짜는 일을 하였다. 그런데 이승에서는 명주를 곱게 짰는데 저승에서 짜는 명주에는 검은 점이 군데군데 섞여 있어 곱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염라대왕이 이상하게 생각되어 부하에게 명주 짜는 것을 숨어서 살펴보라고 했다. 여자는 명주를 짜면서 눈을 흘려 명주에 눈물이 묻어 더러워졌다. 부하가 염라대왕에게 보고했더니 여인을 불러 우는 이유를 물었다.

장면 2
여자는 젊은 나이에 저승에 와서 이승에 있는 남편과 다섯 살과 두 살 된 어린 자식 생각에 눈물이 난다고 하였다. 염라대왕은 여자가 측은하게 생각되어 이승을 왕래시키기로 하였다.
"네 말을 들으니 가엾구나. 그러면 내일부터 밤 자시가 되거든 모든 사람들이 잠든 이 밤과 저 밤사이에 이승에 가서 어린 자식에게 젖도 먹이고 집안일을 돌보고 새날이 새기 전에 저승으로 와야 한다. 이것은 꼭 지켜야 하느니라."
허락이 떨어지자, 여인은 기뻐서 고마움을 표하고 다음날부터 이승과 저승을 오고 갔다. 그 후부터 여인이 눈물을 흘리지 않아 명주가 고와졌다.

장면 3
이런 생활이 얼마간 계속되었다. 그런데 이승에 있는 시어머니가 아들의 살림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하루는 할머니가 다섯 살 난 손녀에게 누가 머리를 빗겨 주느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이 밤과 저 밤사이에 어머니가 와서 빗겨준다고 순진하게 말해 버렸다.
비밀을 안 시어머니는 숨어서 며느리가 오는 것을 보고는 다시 저승에 가지 못하게 하려고 며느리 신발을 숨겼다. 돌아갈 시간이 되어 며느리가 나와 보니 신발이 없었다. 당황해 하는데 시어머니가 나와 저승에 가지 말고 아기를 키우라고 길을 막고 며느리는 가야한다고 하고 옥신각신 하다보니 시간이 넘어 버렸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골방에 있는 항아리 속에 숨겨서 꼼짝 말고 있으라고 했다. 날이 밝아도 여인이 돌아오지 않자 염라대왕은 화가 나서 차사를 시켜 여인을 잡아들이라고 했다. 차사는 이승으로 가서 여인의 혼을 빼가지고 가버렸다. 여인은 항아리 속에서 죽었고 다시는 이승으로 오지 못하였다. 이렇게 해서 사람은 죽으면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장면 4
여인을 다시 이승으로 가지 못하게 한 염라대왕은 이런 불상사가 젊은 사람을 저승으로 데려왔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므로 늙은이부터 차례차례 저승으로 잡아오는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까마귀에게 "늙은 사람부터 차례차례 저승으로 오라"는 전달을 하라고 했다. 까마귀는 늙은이부터 차례로 저승으로 오라는 편지를 날개에 접히고 이승으로 날아오다가 죽은 말의 발이 보여 말고기나 뜯어먹고 가자고 들렀다가 그만 편지를 잊어버렸다.

장면 5
까마귀는 편지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편지를 전달하지 않을 수 없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아무렇게나 전달하려고 이승으로 날아와서는 '젊은이도 죽어라, 까옥. 늙은이도 죽어라, 까옥. 어린아이도 죽어라, 까옥' 하고 되는 대로 말해 버렸다. 이 때문에 오늘날 사람은 나이 차례대로 죽지 않고 아이도 죽고 어른도 죽고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이 죽으면 먼저 지붕에 올라가 혼부터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죽으면 못 돌아오게 된 유래 (문화원형백과 신화의 섬/제주, 2002., 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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