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본풀이/허웅애기

허웅애기 - 이별을 위한 위로.

실풀이 2022. 4. 23. 20:09

'허웅애기 본풀이'라는 생소한 신화가 있다. 제주에서 굿의 제의로 구연되다 지금은 흔적만 남은 오래된 이야기로 흔하다면 흔할 수 있는 한국적 한이 담긴 슬픈 동화에 가까운 신화이다.

 

드라마 '마의'의 출산장면과 전통 꽃상여 이미지

 

줄거리는 간단하다. 아이들을 남기고 저승에 간 젊은 어머니가 염라대왕의 허락으로 밤에 이승의 아이들을 보살피다 새벽이면 저승으로 돌아오지만 시간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다시는 이승에 올 수 없게 되었다는 결말이다.

 

이런 허웅애기 본풀이를 찾다보면 허웅애기까지 포함해 몇 개의 이야기가 엮이게 된다. 바로 잘 알려진 전래동화 '콩쥐팥쥐'와 또다른 신화 '강림차사 본풀이'이다. 진짜 관련이 있어 보이는 신화는 강림차사 쪽이지만 일단 콩데기 팟데기를 먼저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콩쥐팥쥐와 허웅애기의 원본인지, 아니면 별개의 설화가 습합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콩데기 팟데기'로 알려진 이 전래설화는 이야기의 전반부가 콩쥐팥쥐와 거의 같아 접어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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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딸 팟데기만 챙기는 계모는 콩데기에게 소 여물을 먹이면서 삼베를 짜라는 본부를 내린다. 그런데 그 집의 소는 신이 내렸는지 콩데기를 도와 삼, 즉 마麻를 여물처럼 먹더니 똥 대신 짜여진 삼베를 항문으로 내어준다. 팟데기는 이를 따라해보지만 될리가 없었고 소를 죽여 국을 끓여먹는다.
자세히는 안나오나 소가 미리 일러준 데로 남은 국물과 뼈를 처리한 콩데기는 계모가 굿판 구경을 나가면서 내어준 과제 기름 묻은 지장 씻기와 밑 깨진 항아리에 물 채우기를 새와 까마귀의 도움으로 해낸다. 그리고 소가 마련해준 옷을 입고 굿판 구경을 나선다.
콩데기는 굿판에서 만난 청의도령은 가지고 있던 신발이 꼭 맞아 혼례를 올리지만 팟데기의 간계로 연화못에 빠져 죽고 나비로 변해 집에 들어가도 팟데기가 청동화로에 태워 남은 구슬을 궤짝에 담아 버린다.
그럼에도 청의도령은 콩데기의 영혼을 만나 모든 것을 알게 되고 팟데기를 젓갈로 만들어 어미에게 먹이고 쫒아낸다. 살아난 팟데기는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다 명이 다해 저승으로 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후반부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저승으로 간 콩데기는 눈물로 날을 지새다 이를 동정한 염라대왕의 선처로 오직 밤에만 이승으로 가 아이들을 돌보다 밤에는 저승으로 돌아오게 된다. 덕분에 아이들은 다른집 처럼 깔끔한 모양새로 지내게 된다. 그러다가 죽은 며느리가 밤에 아이를 돌보는 것을 알게 된 시어머니가 콩데기를 숨겨 이승에 계속 머물도록 애를 쓰지만 저승사자는 아랑곳 없이 약조를 어긴 콩데기를 잡아가 다시는 이승에 오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고부 사이가 안좋은 이유는 이때문이라고 한다.

 

콩쥐팥쥐는 해피엔딩인데 콩데기 팟데기는 새드엔딩이라니 허무하기도 해라. 특히 콩데기와 그 시어머니 둘 다 잘못한 게 아니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행동으로 옮겼을 뿐인데도 결과가 죄과처럼 돌아왔다.

 

그렇다면 애초에 망자를 이승에 오갈 수 있도록 허락한 염라대왕이 잘못한 것 아닌가.

 

허웅애기 본풀이는 주인공이 처음부터 저승에 간 상태에서 시작한다. 

 

저승에 있던 허웅애기는 아이들 걱정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어 이를 딱하게 여긴 저승왕은 밤에 아이들을 돌보다 아침이 되면 저승으로 돌아오는 것을 허락한다.그렇게 여러날이 지나자 이웃 할머니는 어머니가 없어도 잘 지내는 아이들에게 물어 어머니 이야기를 듣고 꽤를 낸다. 자신과 아이들 발에 실을 묶어 허웅애기가 왔을 때 신호를 주면 아이들 어머니를 숨기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저승사자는 숨어있던 허웅애기를 찾아내 데려가고 이때부터 이승과 저승은 왕래가 금지되었다고 한다.

 

이쪽은 이야기가 단순한 만큼 무엇이 주제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바로 죽은 사람은 되살아날 수 없음을 강조하는 신화라는 것. 원래 죽은자와 산자가 제한적이나마 만남이 가능했던 세상에서 약속을 어긴 결과 남북 38선 마냥 이승과 저승이 완벽하게 분리된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아예 "죽으면 못 돌아오게 된 유래"라는 제목으로 네이버 지식백과에 올라온 이야기가 있다. 인물 이름이 없음에도 가장 풍부한 서사를 가졌다.

좌 : <길쌈 - 김홍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우 : 드라마 '블랙'의 저승사자

 

[네이버 지식백과] 죽으면 못 돌아오게 된 유래

 

장면 1
지금으로부터 몇 천만 년 전 아주 오랜 옛날에 명주를 짜면서 살던 어떤 아기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서 저승에 갔는데, 거기서도 명주 짜는 일을 하였다. 그런데 이승에서는 명주를 곱게 짰는데 저승에서 짜는 명주에는 검은 점이 군데군데 섞여 있어 곱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염라대왕이 이상하게 생각되어 부하에게 명주 짜는 것을 숨어서 살펴보라고 했다. 여자는 명주를 짜면서 눈을 흘려 명주에 눈물이 묻어 더러워졌다. 부하가 염라대왕에게 보고했더니 여인을 불러 우는 이유를 물었다.

장면 2
여자는 젊은 나이에 저승에 와서 이승에 있는 남편과 다섯 살과 두 살 된 어린 자식 생각에 눈물이 난다고 하였다. 염라대왕은 여자가 측은하게 생각되어 이승을 왕래시키기로 하였다.
"네 말을 들으니 가엾구나. 그러면 내일부터 밤 자시가 되거든 모든 사람들이 잠든 이 밤과 저 밤사이에 이승에 가서 어린 자식에게 젖도 먹이고 집안일을 돌보고 새날이 새기 전에 저승으로 와야 한다. 이것은 꼭 지켜야 하느니라."
허락이 떨어지자, 여인은 기뻐서 고마움을 표하고 다음날부터 이승과 저승을 오고 갔다. 그 후부터 여인이 눈물을 흘리지 않아 명주가 고와졌다.

장면 3
이런 생활이 얼마간 계속되었다. 그런데 이승에 있는 시어머니가 아들의 살림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하루는 할머니가 다섯 살 난 손녀에게 누가 머리를 빗겨 주느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이 밤과 저 밤사이에 어머니가 와서 빗겨준다고 순진하게 말해 버렸다.
비밀을 안 시어머니는 숨어서 며느리가 오는 것을 보고는 다시 저승에 가지 못하게 하려고 며느리 신발을 숨겼다. 돌아갈 시간이 되어 며느리가 나와 보니 신발이 없었다. 당황해 하는데 시어머니가 나와 저승에 가지 말고 아기를 키우라고 길을 막고 며느리는 가야한다고 하고 옥신각신 하다보니 시간이 넘어 버렸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골방에 있는 항아리 속에 숨겨서 꼼짝 말고 있으라고 했다. 날이 밝아도 여인이 돌아오지 않자 염라대왕은 화가 나서 차사를 시켜 여인을 잡아들이라고 했다. 차사는 이승으로 가서 여인의 혼을 빼가지고 가버렸다. 여인은 항아리 속에서 죽었고 다시는 이승으로 오지 못하였다. 이렇게 해서 사람은 죽으면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장면 4
여인을 다시 이승으로 가지 못하게 한 염라대왕은 이런 불상사가 젊은 사람을 저승으로 데려왔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므로 늙은이부터 차례차례 저승으로 잡아오는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까마귀에게 "늙은 사람부터 차례차례 저승으로 오라"는 전달을 하라고 했다. 까마귀는 늙은이부터 차례로 저승으로 오라는 편지를 날개에 접히고 이승으로 날아오다가 죽은 말의 발이 보여 말고기나 뜯어먹고 가자고 들렀다가 그만 편지를 잊어버렸다.

장면 5
까마귀는 편지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편지를 전달하지 않을 수 없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아무렇게나 전달하려고 이승으로 날아와서는 '젊은이도 죽어라, 까옥. 늙은이도 죽어라, 까옥. 어린아이도 죽어라, 까옥' 하고 되는 대로 말해 버렸다. 이 때문에 오늘날 사람은 나이 차례대로 죽지 않고 아이도 죽고 어른도 죽고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이 죽으면 먼저 지붕에 올라가 혼부터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장면 4와 5의 까마귀 실수담은 강림차사 본풀이의 뒷부분과 일치한다. 강림차사가 혼과 몸, 어느쪽을 원하냐는 염라대왕의 질문에 둘의 차이를 알지 못한 강림의 부인이 몸이라 대답해 영혼만 저승으로 가게 되었다는 내용이라면 허웅애기는 그 영혼마저 이승 출입이 금지된 연유를 설명한다.

 

사실 이승의 산자와 저승의 망자가 나뉘게 된 유래는 '천지왕 본풀이'에서 먼저 나오니 허웅애기와 강림차사는 뒷북인 감이 없지 않다. 더구나 귀신조차 이승에 갈 수 없다면 세상에 차고 넘치는 귀신 교류담은 뭐가 된단 말인가?

 

여기서 요점은 "죽은 영혼과 살아있는 사람은 아무리 애를 써도 함께 할 수 없다"는 현실이다.

바로 그리스 신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절절한 비극처럼 말이다.

 

영화 '신과 함께', 유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오르페우스의 아내 에우리디케는 어느 날 뱀에 물려서 죽고 말았다. 슬픔에 잠긴 오르페우스는 저승으로 내려가 신내린 리라 연주로 저승 번견 케르베로스와 저승의 왕 하데스를 감동시켜 아내를 만나게 된다.
하데스는 두 사람이 떠나기 전에 다짐을 받는다. 망자 에우리디케를 살아있는 오르페우스가 앞에서 이끌되, 절대 지상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아내를 돌아보지 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상의 입구에서 빛이 보이자 들떠버린 오르페우스는 그만 뒤를 돌아 아내를 보고 말았고 그순간 에우리디케는 잡은 손이 허무하게 저승 깊은 곳으로 사라져버린다.
다시 저승에 내려간 오르페우스는 더이상 그의 리라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절망 속에 돌아와야만 했다.

 

초상집에서 너무 슬퍼하면 귀신이 따라온다는 속설이 괴담처럼 전해 내려온다. 지나친 슬픔이 살아갈 날이 남은 사람에게는 독이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위에 소개된 신화도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후의 오르페우스는 슬픔을 극복하지 못해 파탄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결국 친분이 두터웠던 디오니소스의 광신도 '트리키아의 여인들'을 홀대하다 갈갈이 찢겨 죽게 되었으니, 어찌보면 오르페우스 본인이 죽음을 원했는지도 모를일이다.

그나마 허웅애기는 남은 가족들, 일을 그르쳐버린 시어머니 마저도 해를 입지 않아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부부의 사랑을 죽음이 갈라놓는다면 후자는 엄마 허웅애기와 아이들의 애정이 오히려 생과 사를 엄격히 가르는 계기로 작용한다. 아무리 사랑하고 보고 싶어도 귀신이 되어 돌아온다 해도 죽은 이상 절대 함께 하지 못하는 세상 법칙을 새삼 사랑을 이용해 강조하다니 참 얄궂은 신화가 아닐 수 없다.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보지 않았어도, 허웅애기가 지켜야 할 약속을 시어머니가 강제로 깨지 않았다 해도 어떤 연유로든 같은 결론에 봉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죽음의 절대성이다.

 

허웅애기의 허웅은 개인적으로 허제비굿의 허제비와 제웅이 합쳐진 단어가 아닐까 한다. 허제비와 제웅은 기본적으로 허수아비를 이르는 단어로 같은 것인데 굿의 내용, 지역에 따라 나뉘게 된다.

망자혼사굿과 제웅

 

제웅 버리기는 제웅치기, 허재비 버리기라고도 한다. 
정초에 신수를 보아 그해 액운이 있으면 이를 예방하기 위해 짚으로 제웅을 만들어 그 머리나 몸속에 동전을 넣어 방 한구석에 두었다가 보름날 새벽 길거리나 들판에 내다버렸다. 날이 새면 아이들이 그 속에 든 돈만 빼고 허수아비는 팽개친다. 아이들은 그 돈으로 엿이나 다른 먹을 것을 사먹기도 한다.
마을이나 가정에 따라 제웅을 버리지 않고 서낭당에 걸어놓거나 대보름날 망월(望月)하면서 태우기도 했다.
오늘날 정월 대보름날의 액막이 풍속은 일부 남아 있지만 제웅 버리기 풍속은 거의 행해지지 않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제웅 버리기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허재비는 ‘허수아비·허사비·허제비·허아비’ 등으로 불리는 인형을 뜻한다. 무당이 하는 사령제(死靈祭) 가운데에는 남녀 사자(死者)의 허재비를 만들어 혼인시키는 사혼의례(死婚儀禮)가 있다.
이 허재비굿은 단독으로 치러지는 것이 아니라 죽은 자의 천도의례인 오구굿이나 씻김굿을 하는 과정에 삽입되어 치러진다.
혼례식은 우리의 전통혼례와 마찬가지로 초례청으로 준비된 마당에서 치러진다. 
죽은 남자(男亡者)의 허재비는 남자가 들고 죽은 여자(女亡者)의 허재비는 여자가 들며 예식이 치러진다. 식이 끝난 다음 다시 방으로 모셔 신방이 꾸며진다. 이 신방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다음날 종이로 만든 용선(龍船)에 태워 좋은 곳으로 보낸다. 
용선에 태워 보내지 않고 산에 명당자리를 잡아 함께 묻어주는 수도 있고, 독경의식으로 사령을 혼인시키는 경우 신부집에서 사주를 보내어 택일한 다음 신랑집으로 보내어 독경일(혼례식날)을 정한다. 그러면 신랑집에서 두 원령의 허재비를 만들고 사진을 붙여 독경의식으로 혼례식을 치른다.

이와 같이 억울하게 미혼사한 원령을 짝지어 허재비굿으로 혼례식을 치러주는 까닭은 이들이 부혼(浮魂)으로 원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서이다. 흔히, 총각의 사령을 몽달귀신 또는 삼태귀신이라 하며, 처녀의 사령을 왕신 또는 손각시라고 한다. 이들은 모두 악한 귀신으로 인간에게 화를 입히는데, 특히, 처녀귀신인 왕신은 더욱 사나워 집안을 망치기까지 하여 가정에 따라서는 가신으로서 따로 봉안하여 특별히 위하기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허재비굿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보통 짚풀 인형에 동전을 넣어 버리는 대보름 액막이에서는 제웅이라 불리우고 영혼 혼례식에서는 허재비라 부르는 경우가 많은듯 하다. 또한 국어사전에 의하면 허재비는 경상도에서 도깨비를 뜻하는 방언이라고 한다.

'죽음으로 인한 결별'이 주제인 허웅애기와 비교해 보려면 아무래도 허재비굿이 제격이지 싶다. 둘다 죽은자를 떠나보내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제주도 굿에서 무가로 구연되었던 흔적은 있지만 신격이 불명확한 관계로 강림차사 본풀이의 연장선상에서 구연되었으리라 추정된다는 허웅애기 본풀이.

그리고 아마도, 자청비나 할락궁이처럼 신격이 꼭 명확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영혼 결혼식인 허재비굿이 별다른 신격 없이 젊은 나이에 미혼으로 죽은 영혼을 기리는 의식이듯이 허웅애기는 아이를 남겨두고 떠난 어머니를 천도하는 굿이었으리라 생각되니까.

 

허제비굿이 바리데기가 주인공인 오구굿, 씻김굿의 일부이니 허웅애기는 강림차사 본풀이의 까마귀 이야기 직전에 불리웠다면 꽤 어울리는 구성이었으리라. 

 

장면 4
여인을 다시 이승으로 가지 못하게 한 염라대왕은 이런 불상사가 젊은 사람을 저승으로 데려왔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므로 늙은이부터 차례차례 저승으로 잡아오는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까마귀에게 "늙은 사람부터 차례차례 저승으로 오라"는 전달을 하라고 했다. 까마귀는 늙은이부터 차례로 저승으로 오라는 편지를 날개에 접히고 이승으로 날아오다가 죽은 말의 발이 보여 말고기나 뜯어먹고 가자고 들렀다가 그만 편지를 잊어버렸다.

[네이버 지식백과] 죽으면 못 돌아오게 된 유래

강림은 염라왕으로부터 인간 죽음의 질서에 관한 적배지를 인간 세상에 전달하라는 임무를 받지만, 까마귀의 실수로 적배지가 잘못 전달되어 인간 죽음의 순서가 없어지고 현재와 같이 혼란스러워졌다. 강림은 염라왕의 명을 받고 기지를 발휘하여 저승차사가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차사본풀이 (한국민속문학사전(설화 편))

 

허재비 굿은 일종의 인형극 요소를 이용해 먼저 가버린 미혼 자식들에 대한 가장 큰 안타까움, 즉 혼례식을 부모가 대신 치뤄 산자가 위로 받고 죽은자를 떠나보내는 목적을 가진다.

최소한의 위안조차 없으면 그만큼 슬픔을 떨쳐내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제의가 필요한 것이다.

 

진도 씻김굿 - 출처 전통문화포털

 

 

그렇다면 허웅애기 본풀이가 제대로 구연되던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을까. 아이를 낳다 죽은 어머니가 못다 푼 모정의 한을 인형극을 통해 풀고 이를 본 가족이 약간이나마 위안을 받는 것 말이다. 그 옛날 출산 중에 운명을 달리한 여성이 얼마나 많았던가.

본래 시집살이를 시켜야 했을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저승사자에게서 숨기고 싶었을 만큼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고 이별을 납득하기 위한 과정이 이 허웅애기 본풀이 안에 들어있다고 여긴다면 너무 멀리 나간 비약일까.

 

확실히 비극이다 못해 남은 남편마저 비명에 가게 된 에우리디케와 달리 허웅애기는 아이들을 다시 만나 보살펴 줬다는 점에서 위안을 주는 구석이 있다. 아이들이지만 이웃 할머니, 혹은 시어머니에게 비밀을 말로 털어놓을 정도라면 적어도 어머니에게 사랑 받은 기억을 잊을만큼 어리지는 않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허웅애기 입장에서도 제법 여러번 아이들 얼굴을 봤으니 이제 저승에 가서 짠 명주가 예전만큼 눈물에 얼룩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제의를 통해 남은 가족들이 죽은 아내, 며느리, 어머니가 저승에서도 잘 지내길 바라며 다시금 현실로 돌아왔으리라는 상상을 끝으로 이만 글을 마친다.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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